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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와 교회의 과제
by 김선일2022-03-12

앞으로 메타버스는 게임과 경제뿐 아니라, 교육 및 종교 영역에서도 새로운 자아들이 참여하는 매일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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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앞당겨진 온라인 생활의 본격화와 더불어 떠오른 버즈워드(buzzword)였다. 지난 2021년은 메타버스의 원년이라 할 만큼 메타버스는 게임과 경제적 투자 대상으로뿐 아니라 미래의 일상을 위한 필수 코드로 성큼 다가왔다. 물리적 세계 너머의 세상을 뜻하는 메타버스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우리가 현재 발을 딛고 경험하는 물리적 세계를 대체하는 실제를 가리키는 총괄적 용어라 할 수 있다. 메타버스의 지경이 더욱 확대될수록 우리는 물리적 세계에서 느꼈던 거리와 감각을 가상세계에서 진짜인 것처럼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대면세계에서만 가능한 거의 모든 활동을 비대면에서도 현실과 유사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전망이 일시적 유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메타버스가 말하는 변화를 실현해 주는 기술의 발전은 아직 시기상조이며, 메타버스 경제의 주축이라 할 NFT(대체불가토큰)의 제도화도 난망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가 사이버공간과 증강현실의 확대와 연관된 새로운 트렌드라는 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다. 트렌드 서적들에서 주목하는 현상은 실재감테크와 다중자아(부캐)의 출현이다.


실재감테크


최근에 떠오른 광고 모델 ‘로지’는 가상인간이다. 서울 출생 22세 여성으로 설정된 로지는 늙지도 않고 학폭 등의 논란도 일으킬 걱정 없이, 지난해에 광고 계약 건수 8건에, 협찬은 100건이 넘고, 수익은 15억 원에 이른다. 전에도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있었지만, 로지는 훨씬 더 실재에 가까운 모델로 나타났다. 3D 그래픽으로 구현되어 한눈에 봐도 사이버 캐릭터였던 아담에 비해, 로지를 처음 동영상으로 봤을 때는 그냥 실제 사람인줄 알았고 나중에 가상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는 흠칫 놀랐다.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는 2022년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완전한 실재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실재감테크를 꼽는데, 이는 현실과 가상,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혼합하는 메타버스의 중요한 특성이다(357). 이 책은 실재감테크를 메타버스에 국한하지 않고 다중감각 SNS, 라이브커머스 등에 연결시키지만 현재의 일반적인 용례는 이 모든 경험을 메타버스라는 범주에 귀속시키는 추세다. 


트렌드 코리아 2022’는 실재감테크의 세 가지 요소를 다중감각, 동시성, 체험성이라고 말한다(359-364). 먼저 다중감각이란 예를 들어 옷가게에서 제품의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음악이나 자연의 소리를 전달하는 청각과 식물 향기를 통한 후각 등의 여러 감각들을 상호작용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성은 현실의 시간과 동일한 흐름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라이브커머스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는 인간 소통에서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효과를 보인다. 셋째로 체험성이란 현실의 움직임과 유사한 체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교육에서 비대면이라 할지라도 현장에서 학습을 받는 것과 같은 생생한 환경을 기술적으로 조성해 준다면 한결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실재감테크가 가능한 이유는 인간의 신체 오감이 경험하는 것은 사실상 우리의 뇌가 외부의 자극을 전기신호를 통해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먹고, 마시고, 냄새 맡고, 만지는 경험을 뇌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통해서 하게 해주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현재의 답답하고 고립된 비대면 세계를 혁신적으로 확장해 줄 것이다. 가령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고 싶다고 하자. 비행기를 타고 열 시간 넘게 날아가서 긴 줄을 기다리고 북적대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모나리자 그림을 봐야 하는데, 내 집에서 최첨단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하고 편안하고 쾌적하게 루브르 박물관을 거닐 수 있다면? 물론 긴 여행의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또 다른 가치들을 많이 있지만, 그림 관람이라는 목적만을 놓고 본다면 꽤 매력 있는 경험이지 않을까?  


다중자아: 부캐의 전성시대


라이프 트렌드 2022’에서는 메타버스에서 현실과 가상이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으로 본다. 얼마 전 큰 인기를 끌었던 TV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 방송인 유재석은 지미유, 유산슬로 여러 캐릭터들을 선보이면서 대중에게 부캐라는 개념을 각인시켰다. 메타버스는 사람들이 현실의 유일한 자신과는 또 다른 자아들을 구현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수 있다(라이프 트렌드 2022, 176). 영화 ‘인셉션’을 보면 사람이 의도적으로 꿈속으로 들어가서 자기가 원하는 세계와 공간을 구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메타버스는 이처럼 자기가 설정하는 세계에서 새롭게 표현되는 자아를 만들 수 있다. 현재 대중이 접근 가능한 메타버스 플랫폼들에서도 자기의 생김새, 옷모양, 닉네임을 스스로 만들어 표현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싸이월드가 메타버스의 전조였다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다중자아의 표현이 훨씬 신장된 기술력을 통해서 현실에 가깝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우리는 메타버스에서 여러 부캐들을 만들며, 또 다른 자아의 실현을 추구할지도 모른다. 이는 자칫 희망 없는 현실에 대한 피상적 위로에 그칠 수 있다. 라이프 트렌드 2022에서 저자 김용섭은 그런 의미에서 현실세계에서 약자로 살아가는 10-20대가 제한된 조건을 극복하고 주도권을 쥐고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제페토, 로블록스, 이프랜드, 게더타운과 같은 메타버스 서비스들은 단순히 놀이 공간이 아니라 경제활동의 공간이라는 것이다(179). 앞으로 메타버스는 게임과 경제뿐 아니라, 교육 및 종교 영역에서도 새로운 자아들이 참여하는 매일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그러면 교회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실재감테크와 다중자아라는 측면에서 메타버스는 교회에 어떤 효능성을 줄 것인가? 메타버스와 교회교육, 예배를 연계시키는 시도는 계속 나오고 있고, 관심 또한 더욱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효능성은 현실적 기술 발전에 종속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세를 보이게 되면 당분간 그야말로 ‘실재감’을 실제로 경험하려는 보상욕구가 높아지고, 더불어 메타버스 기술의 실질적 발전도 더디어지면 관심의 버블이 꺼질 우려가 크다. 메타버스의 세계는 부캐와 아바타들이 활동하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예배에 메타버스를 접목할 경우 나의 부캐나 아바타로 참여하는 예배가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요 4:24)가 될까? 따라서 필자는 메타버스를 준비하는 교회의 태도는 새로운 메타버스 서비스를 강박적으로 좇기보다는, 향후 메타버스의 세계를 디자인할 수 있는 세계관과 그곳에서 나를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와 자아의 개발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재의 다음 글에서 살펴 볼 세계관과 내러티브 놀이라는 트렌드는 메타버스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본래 현실 세계를 그 이상의 세계적 조망에서 해석하고 살아가는 존재다. 기독교 전통을 보면,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 나라와 지상 나라를,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영적 통치와 세속 통치의 두 왕국론을 설파했다. 메타버스를 이러한 신학 전통과 연결시키는 것은 억지스럽지만, 적어도 눈에 보이는 세상 그 너머를 바라보는 상상력에서 그리스도인은 뛰어난 내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에 이르게 하는 성령은 그의 나라를 섬기는 소명을 각자의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은사를 주신다. 필자는 메타버스를 통해서 다중자아를 재발견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의 풍성한 활용과 연결되리라 본다. 지금까지는 나의 다른 은사들을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영역이 현실에서 무척 제한되었다면, 메타버스는 은사를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리라 기대한다. 메타버스의 시대를 위해서 기독교 공동체가 준비할 것은 첨단 기술을 기웃거리는 것보다, 새로운 플랫폼에 적합한 세계관과 내러티브를 구상하며, 사람들이 각자의 건강한 자아와 은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리라. 자아와 은사의 재발견과 정립은 지금 당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전 글: 

• 복음중심 신앙은 생태적 감수성을 동반한다

• 일상의 재발견: 루틴의 영성이 필요한 시대 

• 슈퍼개인의 시대: 기독교적 개인주의를 위한 변명

• 트렌드를 읽다, 복음에서 길을 찾다  

다음 글:

세계관과 내러티브 열풍 

• 코로나 이후, 새로운 공동체를 준비하라

• 모두에게 필요한 기독교적 기업가정신 

 

지금까지는 나의 다른 은사들을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영역이 현실에서 무척 제한되었다면, 메타버스는 은사를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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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선일

김선일 교수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를 거쳐 풀러신학대학원(MDiv, PhD)에서 수학하고 2008년 9월부터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풀러신학대학원 재학 중에는 한인 최초의 캠퍼스 교목으로 일했으며, 한국교회의 청년 선교와 교회 성장을 위해 섬겨왔다. 저서로는 ‘전도의 유산: 오래된 복음의 미래’, ‘교회를 위한 전도가이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