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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트렌드를 읽다, 복음에서 길을 찾다
by 김선일2022-02-12

트렌드 분석은 남겨진 흔적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좇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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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머리에는 그해의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트렌드에 밝다고 하면 시대의 변화나 유행에 민감하고 개방적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변덕스러운 풍조에 부화뇌동하는 얄팍한 뉘앙스도 풍긴다. 그래서 서점에서 “2022 트렌드”라는 제목이 붙은 책들은 시선을 끌긴 하지만, 막상 집에 모셔다 놓을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안 설 때가 많다. 하지만 트렌드가 그냥 지나쳐도 될 만큼 사소해 보이지도 않는다. 미래학이 앞으로 일어날 변화의 중장기 예측이라면, 트렌드 분석은 이미 일어난 변화의 단기적 방향에 주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렌드는 발자국과 같다. 모래사장에 찍한 발자국을 보면 어느 정도 크기의 사람이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를 볼 수 있듯이, 트렌드 분석은 남겨진 흔적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좇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22년 트렌드 전망은 2021년의 흔적을 토대로 한다. 2021년의 흔적 또한 앞서 전망했던 2020년, 2019년, 혹은 그 전부터 이어져 온 공통 흐름을 토대로 한다. 따라서 현재 2022년의 트렌드로 제시되는 현상들은 이미 조짐이 일어났고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에 필자는 네 권의 트렌드 저서들을 살펴보면서 주요 현상들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책은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주도하는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2’이다. ‘트렌드코리아’는 매년의 띠를 중심 이미지로 삼아서 로고를 만든다. 예를 들어, 호랑이 해인 올해는 ‘호랑이가 될 것인가, 고양이가 될 것인가?’(Tiger or Cat?)라는 로고를 만들고, 영어 문장의 각 알파벳들을 이니셜로 조합한 10대 트렌드를 제시한다. (알파벳 글자가 총 10개이기 때문에) 트렌드코리아는 김난도라는 명사를 앞세우며 가장 선제적으로 이슈 선점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라는 정체성이 말하듯 소비성향과 마케팅 전략의 관점이 강하게 드러난다. 


두 번째로 비중 있는 트렌드 서적은 날카로운연구소 소장 김용섭의 ‘라이프 트렌드 2022’이다. 김용섭 소장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트렌드 분석서를 내놓는 내공을 보여 주고 있다. 라이프트렌드는 최신 문화적 유행 현상들과 언론의 보도들을 수집해서 나름대로의 변화되는 생활 패턴들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 트렌드 코리아가 소비마케팅의 관점이 강하다면, 라이프 트렌드는 그동안 가족, 관계, 결혼, 정체성 등의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세 번째로 눈여겨 볼만한 자료는 ‘2022 트렌드 노트’인데, 이 책은 과거 다음의 계열사였다가 독립해서 나온 바이브컴퍼니의 생활변화관측소에서 펴내고 있다. 국내의 최고 빅데이터 권위자인 송길영이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이기 때문에 트렌트 노트의 분석 또한 빅데이터와 키워드, 연관 검색어 등을 자료로 삼는다. 끝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으로 활동이 많은 엠브레인의 ‘2022 트렌드 모니터’이다. 트렌드 노트와 트렌드 모니터 모두 생활 문화의 변화들을 주로 조명하는데, 트렌드 노트가 주로 빅데이터 중심의 자료들을 취합한다면, 트렌드 모니터는 자체의 다양한 설문조사들을 근거로 한다. 트렌드 노트가 비정형화된 통계를 통해서 사회와 의식의 변화를 살펴본다면, 트렌드 모니터는 설문조사 결과들을 분석하는 정형화된 통계에 의존하는 편이다. 


앞으로 7회에 걸쳐서 이 네 권의 대표적인 트렌드 저서들에서 나타난 2022년의 주요 흐름들을 취합하며, 이에 대응하는 선교적 고려사항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7가지의 주제들은 네 권의 책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빅 트렌드, 곧 큰 발자국이라 할 수 있다. 그 발자국들은 다음과 같다. 


• 슈퍼 개인의 시대: 사회의 파편화와 개인의 확장 시대

• 일상의 재발견: 루틴과 습관의 개발

 생태적 라이프스타일   

 메타버스의 가속화

 세계관과 내러티브의 즐거움 

 진화하는 관계: 가족과 공동체의 미래 


이와 같은 주요 트렌드들이 2022년에 지속적으로 비중 있게 우리 사회에 영향을 줄지 아니면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지 예단할 순 없다. 세상을 향한 증언과 섬김이라는 선교의 과제가 유행하는 트렌드들을 쫓으며 대응하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 하지만 시대를 분간하지 못하고서는 복음이 인생과 사회에 주는 심오한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 트렌드는 너무도 쉽게 변화하는 통속적인 문화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질문은 필자 스스로도 트렌드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선교적 의미를 탐색할 때마다 갖게 된다. 트렌드를 알아야 복음 전파의 과제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인가? 


필자는 트렌드를 통속적인 문화현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통속성이란 우리가 일상에서 대면하는 다양하고, 때로는 찰나적인 문화적 경험들이다. 인기를 끄는 노래, 드라마, 영화, 방송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투, 패션스타일, 소비패턴 등도 통속적인 층위에 있다. 이는 특정한 시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기쁨, 슬픔, 분노, 행복, 염원 등의 감정을 담고 있다. 종교사회학자 고든 린치(Gordon Lynch)는 일반적으로 신학적 분석이 텍스트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으나, 매일의 경험과 관습들로 이루어지는 통속적 문화 콘텐츠야말로 신학적 진단이 요청되는 중요한 영역이라고 주장한다(Understanding Theology and Popular Culture, 15). 트렌드의 변화와 부상을 볼 때마다 우리는 복음이 적용되는 지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비록 최신 트렌드를 장착하진 못하고, 그러한 트렌드를 기민하게 선교에 응용하진 못할지라도, 트렌드가 담고 있는 이 시대의 가치와 욕망에 대한 복음의 대답을 고민하는 것은 복음 사역의 소명을 지닌 자들이 회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팀 켈러는 복음의 핵심과 표현을 구분한 바 있다. “복음은 모든 다양한 형식 속에서 존재한다.” 복음은 어느 시대, 어느 상황, 어느 사람에게도 다양한 형식 속에서 진리를 선포한다. 우리의 신념과 라이프스타일은 상황에 따라 바뀌어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여전히 적실한 답을 제공한다. 트렌드를 이해하고 선교적인 접촉점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복음의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측면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음 글

• 슈퍼개인의 시대: 기독교적 개인주의를 위한 변명

일상의 재발견: 루틴의 영성이 필요한 시대

• 복음중심적 신앙은 생태적 감수성을 동반한다

• 메타버스와 교회의 과제 

• 세계관과 내러티브 열풍

• 코로나 이후, 새로운 공동체를 준비하라

• 모두에게 필요한 기독교적 기업가정신 

 

트렌드가 담고 있는 이 시대의 가치와 욕망에 대한 복음의 대답을 고민하는 것은 복음 사역의 소명을 지닌 자들이 회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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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선일

김선일 교수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를 거쳐 풀러신학대학원(MDiv, PhD)에서 수학하고 2008년 9월부터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풀러신학대학원 재학 중에는 한인 최초의 캠퍼스 교목으로 일했으며, 한국교회의 청년 선교와 교회 성장을 위해 섬겨왔다. 저서로는 ‘전도의 유산: 오래된 복음의 미래’, ‘교회를 위한 전도가이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