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예술과 문화

‘반지의 제왕’은 기독교 작품인가: 하나님을 찾기 위한 중간계 탐구
by Devin Brown2022-01-23

톨킨의 이야기에는 기독교적 요소가 존재하지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추론해야 한다

Share this story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오늘은 지금으로부터 130년 전 1892년 1월 3일은 존 로날드 루얼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의 생일이다[이 글은 ‘desiringgod’에 2022년 1월 3일에 발표되었다]. 오늘날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아예 잊히거나 또는 고작해야 전문 문학 과정의 읽기 목록으로 강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톨킨의 두 위대한 걸작 ‘호빗’(The Hobbit,1937)과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1954-1955)은 책과 영상을 통해서 여전히 전 세계 수백만 독자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 


왜 유달리 톨킨의 작품은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출시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까? 복잡하게 짜인 줄거리, 잊을 수 없는 등장인물, 놀라운 설정, 멋진 묘사를 그 이유로 들 수 있겠지만, 이러한 요소 중 그 어느 것도 톨킨에 열광하는 독자가 흔히 말하는 열정이나 또는 이 긴 이야기를 계속해서 다시 읽고 싶어 하는 열망을 적절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더 나은 대답을 위해 우리는 표면 아래를 살펴보고, 무엇이 중간계(Middle-earth)를 그토록 많은 독자들이 갈망하는 세계로 만드는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종교적인’ 


1953년 12월 2일, 톨킨은 그의 친구 로버트 머레이(Robert Murray) 신부에게 상당히 짧은 다섯 단락의 편지를 보냈는데, 이 편지는 그의 모든 편지 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편지가 되었다. 머레이 신부는 ‘반지의 제왕’의 일부를 읽고 논평했으며, 그 글로 인해 “은혜의 질서와 긍정적인 양립성”에 대한 강한 감각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The Letters of J.R.R. Tolkien, 171-72).


톨킨은 머레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 같다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아주 유명해져서 자주 인용되는 말을 덧붙인다. “반지의 제왕은 물론 근본적으로 종교적이고 가톨릭적인 작품이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되었지만, 나중에 수정을 하면서는 의식적으로 그렇게 구성했다”(172).


‘반지의 제왕’이 근본적으로 종교적인 작품이라고? 저자 자신이 그렇게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뜻 보기에 이것은 이상한 주장처럼 들릴 수 있다. ‘하나님’(God)이라는 단어는 ‘호빗’이나 ‘반지의 제왕’에 전혀 등장하지 않으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종교와 연관시키는 요소도 찾을 수 없다. 톨킨이 머레이 신부에게 한 말을 이해하는 열쇠는 근본적으로 단어에 달려 있다. 톨킨의 말을 바꿔서 말하자면, ‘반지의 제왕’은 그 근본에서 또는 그 기초에서 종교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적 요소를 찾기 위해 ‘호빗’과 ‘반지의 제왕’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톨킨의 또 다른 편지가 단서를 제공한다. 


톨킨, 그리스도인


‘반지의 제왕’의 마지막 편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이 출간되고 삼 년이 지난 1958년 가을, 데보라 웹스터(Deborah Webster)라는 미국 학자가 톨킨에 대한 강연을 요청받았다. 당시 인쇄본에서는 작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고 인터넷도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톨킨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10월 25일에 톨킨은 답장을 보냈다. 그는 베토벤이 출판사를 속였다는 사실과 같이 예술가의 작품과는 사실상 아무 관련이 없는 사소한 세부 사항이 종종 연구자에게 “특히 소중한” 정보인 양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한탄하면서 편지를 시작했다(Letters, 288). 톨킨은 자신과 관련해서, 이탈리아어보다 스페인어를 선호하는 것과 같은 몇 가지 사실이 ‘반지의 제왕’에 영향을 미쳤지만,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톨킨은 몇 가지 기본 사실들, “아무리 교묘하게 표현되었다고 해도” 그것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해서 말했다. 예를 들어, 그는 1892년에 태어났고 따라서 작품의 배경이 되는 샤이어 동네와 매우 유사한, 산업 기계 이전 환경에서 소년기를 보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어서 “더 중요한 것은 나는 그리스도인이다”라며 “그것은 내 이야기에서 유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추론된 단어가 핵심이다. 톨킨의 이야기에는 기독교적 요소가 존재하지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추론해야 한다. 더불어서 그는 이야기 자체에서 볼 수 있다고 있다고 말한다. 톨킨의 편지와 에세이가 그의 소설이 가진 기독교적 측면에 대한 추가 조명을 제공할 수 있지만, 작품의 표면 아래를 살펴본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외부 출처 없이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신앙에 토대를 두고


어느 인터뷰에서 톨킨은 휘튼 대학 교수 클라이드 킬비(Clyde Kilby)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며 내가 쓰는 모든 글은 내가 그리스도인이라는 바로 그 필수적인(essential) 관점에서 쓰일 것이다”(Myth, Allegory, and Gospel, 141). 여기서 톨킨은 ‘근본’(fundamental)이라는 단어 대신에 ‘필수’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호빗’과 ‘반지의 제왕’은 표면에서가 아니라 본질에서(in essence) 기독교 작품이다. 따라서 일부 톨킨 학자들은 반지 원정대(Fellowship)가 12월 25일에 리번델(Rivendell)에서 출발하고 사우론(Sauron)의 함락이 3월 25일(전통적인 십자가 처형 날짜)에 달성되었다는 사실(부록에서 보고됨)을 기독교적 표현으로 분류하지만, 이러한 세부 사항은 근본적이라기보다는 피상적인 사실에 불과하다. 


대신에 우리는 빌보, 프로도, 그리고 반지 원정대의 다른 구성원들이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심오한 목적의식에서 톨킨의 기독교 요소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또한 톨킨의 주인공들이 가장 어려운 결정에 직면할 때에 경험하는 객관적인 옳고 그름 속에서 기독교 요소를 식별할 수 있다. 그러나 아마도 중간계가 드러내는 기독교 기초에 대한 가장 좋은 예는 우리가 그곳에서 발견하는 신성한 섭리에서 만날 수 있다. 


존 파이퍼(John Piper)는 최근 저서 ‘섭리’(Providence)에서 하나님과 관련하여 섭리라는 단어가 “의도적으로 세상에 제공하거나 세상을 유지하고 다스리는 행위”(30)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언급한다. 그는 우리가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의미하는 바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을 이렇게 제안한다. 하나님은 “일이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일어나도록 하신다.” 하나님의 신성한 섭리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말하는 두 가지 방식은 중간계에도 적용된다. 


중간계 속의 섭리


‘호빗’의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간달프의 마지막 말에서 톨킨은 이야기 속 소위 운이 좋은 모든 사건 뒤에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빌보가 백 엔드(Bag End)로 돌아온 지 몇 년 후, 어느 날 저녁 간달프와 발린이 예상치 못한 방문을 한다. 레이크타운에 번영이 찾아왔고 사람들은 강에 금물이 흐른다고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과 관련해서 빌보는 오래된 예언이 어떻게 현실화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그러자 간달프가 묻는다. “빌보, 네가 지금의 풍요를 가져오는 데에 간여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 예언을 부정하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그는 덧붙인다. “설마 너의 그 모든 모험과 탈출이 순전히 운 때문이었다고, 단지 네게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한 운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272). 간달프의 이 질문에서 톨킨이 제공한 여러 직접적인 제안 중 첫 번째를 만날 수 있다. 그러니까 중간계의 배후에서는 운이나 우연 이상의 무엇인가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지 제작자 이상의 능력


‘반지 원정대’(The Fellowship of the Ring)의 두 번째 장에서 톨킨은 빌보의 모험, 특히 그의 반지 찾기의 배후에 누구 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주제로 돌아간다. 그 오랜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간달프는 빌보의 도착과 더불어 적시에 어둠 속에서 맹목적으로 반지에 손을 댄다. 그런 다음 톨킨은 간달프가 프로도에게 이전에 했던 말, 빌보가 반지를 주운 것이 단지 운이나 맹목적인 우연에 의해서가 아니었다는 사실의 의미하는 바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반지 제작자의 설계도를 넘어서는 하나 이상의 어떤 힘이 분명히 작용했기 때문이다”(56).


우리가 사는 세계와 마찬가지로 중간계에서도 일반적으로 섭리의 작용은 베일에 가려져 있기에 뒤늦게야 식별할 수 있다. 이 베일을 간단히 젖혀버리는 말로 간달프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빌보는 단지 반지를 찾기 위해 예정되었을 뿐이야. 그건 반지 만든 사람에 의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바로 그 경우에 너는 반지를 가지도록 예정되었어”(56). 여기서 간달프는 이러한 모든 사건이 일어나도록 의도한 주체가 무엇인지 또는 누구인지를 명시하지 않고 수동태를 사용한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하나님의 섭리의 역사를 함축한다. “하나님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우리는 그 계획을 이루도록 예정되었다.”


단지 우연이 아닌 그 이상


아홉 장이 더 지나고, 리벤델(Rivendell)에서 열린 공의회에서 엘론드(Elrond)는 섭리의 손길을 암시하는 비슷한 단어를 사용한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사우론이 좋아하는 반지, 반지 중에서도 가장 작은, 그 하찮은 반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242). 그런 다음 중간계에서 움직이는 자비로운 힘에 대해 언급하면서 설명을 이어간다. “그게 네가 여기까지 부름 받은 목적이야. 부르심을 받은 자여, 내가 말하노니, 나는 너희를 부르지 아니하였으나 너희는 먼 땅에서 온 이방인이로다”(242). 여기서 다시 톨킨은 독자들이 삶에서 섭리에 대해 말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한다. 때때로 우리도 어떤 일을 하거나 특정한 장소에 가도록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믿곤 한다. 


우리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간계 속 신성한 섭리도 일반적으로 직접적으로 볼 수 없는 방식으로, 뒤에서 작동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섭리가 아니라 우연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엘론드는 평의회 구성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이 찰나의 순간에, 우연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겠지만, 그렇지 않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여기에 앉아 있는 우리가 이제 세상이 처한 위험을 해결해야 하는 책임을 가졌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242). 톨킨의 요점은 이것이다. 섭리가 인도한 행위에는 분명한 의도와 목적이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순전히 우연의 일치로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램프로부터 나오는 불빛


톨킨의 작품을 감상하려면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까? 그렇지 않은 건 분명하다. 그 점은 기독교 신앙을 공유하지 않고도 톨킨의 소설을 즐겼던 수백만 독자들을 통해서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사실, ‘호빗’과 ‘반지의 제왕’이 가진 가장 놀라운 측면 중 하나는 배경과 관련 없이 모든 독자를 작품에 빠지게 하고 영감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능력이다. 동시에 조셉 피어스(Joseph Pearce)는 학자로서 이렇게 말한다. 톨킨의 소설을 완전히 이해하고 싶어 하는 진지한 독자라면 “중간계와 그 안에서의 투쟁이라는 톨킨이 지향하는 전체 개념의 중심인 그의 철학적, 신학적 신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Tolkien, Man and Myth, 100).


1892년 1월 3일에 태어난 톨킨은 그로부터 여든한 해가 지난 1973년에 사망했다. 죽기 이 년 전에 톨킨은 한 독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편지를 받았다. “당신은 보이지 않는 램프에서 나오는 불빛처럼, 눈에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모든 곳에도 어떤 믿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듭니다”(Letters, 413).  톨킨은 어떤 신성함이 작가의 작품에 내재하거나 또는 어떤 놀라운 빛이 작품을 비추는 경우에, 그런 신성함은 “작가로부터가 아니라 작가를 통해서 온다”라고 대답했다. 오늘날, 톨킨의 소설에 스며든 이 강렬한 빛을 경험한 모든 사람들은 그의 삶과 그의 놀라운 업적을 축하하는 데 다 같이 동참한다. 



원제: Is ‘Lord of the Rings’ Christian?: Searching Middle-Earth For God

출처: www.desiringgod.org

번역: 무제

우리가 사는 세계와 마찬가지로 중간계에서도 일반적으로 섭리의 작용은 베일에 가려져 있기에 뒤늦게야 식별할 수 있다

Share this story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

작가 Devin Brown

데빈 브라운은 Asbury University의 영문학 교수이다. 저서로는 ‘관찰된 인생: C.S. 루이스의 영적 전기'(A Life Observed: A Spiritual Biography of C.S. Lewis)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