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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신학

보이지 않는 섭리
by Aaron L. Garriott2022-01-03

신학의 부재가 도리어 신학을 드러낼 수 있듯이, 에스더서는 하나님에 대하여서 침묵함으로써 하나님의 존재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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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서는 성경에서 유일하게 하나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는 책이다. 어떤 사람들은 에스더서에 하나님의 이름이 없는 이 사실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이는 마치 처칠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는 윈스턴 처칠 자서전과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나님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에스더서를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어떤 학자들은 에스더서의 저자가 의도적으로 하나님에 대해 침묵한다고 주장한다. 너무 분명하게 하나님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이를 실수라고 보기 어렵고 의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에스더서에서는 하나님에 대한 침묵 자체가 메시지이다. 신학의 부재가 도리어 신학을 드러낼 수 있듯이, 에스더서는 하나님에 대하여서 침묵함으로써 하나님의 존재를 드러낸다. 이런 방식으로 에스더서는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에스더서는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늘 가까이하며 즐겨 읽는 책이 되어야 한다. 


성경이 제시하는 이야기들과 우리 삶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에스더서를 읽어야 할 이유를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에스더서의 이야기는 출애굽기, 여호수아, 열왕기서에 나오는 이야기보다 훨씬 더 우리 삶과 관련이 깊다. 사실 우리 가운데 출애굽과 같은 기적의 구원을 경험하거나(출 7-12), 지팡이가 뱀으로 변하는 표징(출 4:1-9)을 경험한 사람은 많지 않다. 하늘에서 만나가 내려오는 것(출 16)을 경험하거나 적의 거대한 요새 성벽이 눈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수 6)을 경험한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당연히 바다가 양쪽으로 갈라져서 물 벽이 되는 것(출 14)을 경험하거나, 3년의 가뭄을 끝내는 하늘의 불이 내려와서 제단의 물까지 다 태우는 것(왕상 18:20-40)을 본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의 삶은 에스더 시대의 페르시아 상황과는 비슷한 점이 많다. 일상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우연과 같은 일들, 사람들의 실수, 불행 속에 감추어져 있는 하나님의 분명한 임재는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고레스 왕의 칙령 이후에도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하며(느 7-10, 13) 페르시아에 남아 있던 유대인들(스 1:1-4)처럼, 오늘 우리도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이 땅의 삶을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권과 섭리


주권과 섭리의 차이는 하나님께서 그분의 주권을 행사하시는 방식의 차이를 통하여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주권은 모든 것 위에 존재하시는 하나님의 속성을 가리킨다. 반면에 섭리는 역사 속에서 자신의 뜻을 실현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주권은 그분이 누구이신지에 대한 속성을 드러내고, 섭리는 그분이 하시는 일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섭리는 하나님의 주권으로부터 나오고, 주권은 섭리로 역사한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은 섭리에 대하여 “자기가 지으신 모든 피조물과 그 모든 행동을 지극히 거룩하고, 지혜롭고, 능력 있게 보존하시고 통치하시는 것”(11문답)이라고 설명하였다.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과 그 행동을 모두 다스리고 계신다. 하나님의 통치 밖에 있는 것은 없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통치를 벗어나서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다.


계몽주의 이후 서구인들은 이 섭리라는 개념을 거부하였다. 예를 들어서 미국에 있는 사람들이 자연 만물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미국인은 자연 법칙이 자연 만물을 다스린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 세계 속에서 하나님의 기적의 통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에스더서를 포함하여 성경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주 평범한 일 속에도 하나님의 주권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사건 배후에 숨겨져 있는 하나님의 섭리이다. 마치 무대의 뒤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연극의 모든 무대를 통제하고 있는 연출 감독과 같이 말이다.


에스더서에서 성취된 언약


구약성경에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을 위협하였던 수많은 위기가 기록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아달랴의 위협을 피하여서 6년 동안 여호사브앗이 유다의 왕자 요아스를 숨겨 놓았던 사건이 그런 위기였다(대하 22:10-12). 만약 아달랴가 아기 요아스 왕자를 죽였더라면 하나님께서 다윗의 왕위를 영원히 견고하게 하리라 말씀하셨던 그분의 약속이 실패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삼하 7:12-13).


에스더서에서도 이와 같은 위기가 기록되어 있다. 에스더서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마치 드라마 같은 사건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에스더서는 한 번에 이야기 전체를 다 읽어야 한다). 다른 유대인의 적(출 17:1, 삼상 15, 에 8:1)과 마찬가지로 아말렉인 하만은 유대인을 이 땅에서 완전히 제거하기 위하여 특별법을 만들었다. 세심한 독자들은 이 장면에서 이전에 사울이 아말렉인을 제거하지 못하였던 불순종이 이런 비극을 만들어 내었음을 생각했을 수도 있다(삼상 15). 그런데 페르시아 왕 아하수에로의 명령에 따라 하만은 자신이 증오하였던 모르드개 앞에서 그가 왕이 존귀하게 여기기 원하는 자라고 외치며 수산성을 돌아다녀야 했다. 이는 하만에게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르드개를 매달려고 한 나무에 하만 자신이 달려서 죽게 되었다(에 7:10). 그리고 모르드개가 하만의 집과 소유를 갖게 되었고 페르시아의 총리에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에 8:2). 이를 통하여서 모르드개는 하나님의 백성을 이 땅에서 제거하려고 하였던 하만의 악한 법령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에 8:9-14). 그런데 이 모든 일은 페르시아의 왕이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던 하룻저녁의 일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에 6:13).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아기 요아스를 숨겨 두었던 그 사건처럼, 왕의 잠 못 이루는 그 밤이 하나님의 언약이 끊어질 뻔한 비극으로부터 유대인들을 구원하였다. 이처럼 비록 에스더서에 하나님의 이름이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사실은 모든 사건 속에 하나님이 계셨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섭리 속에서 평범한 사건들을 통하여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구원하셨다.   


결론


요한계시록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역사를 어떻게 끝내시는지를 보여 준다. 그러나 에스더서는 하나님께서 종말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역사를 어떻게 다스리고 계시는지 보여 준다. 하나님은 에스더서에서뿐 아니라 구약성경 전체를 통하여 자신이 언약을 지키시는 하나님이심을 분명하게 보여 주셨다(창 12:3). 기적의 사건이 없이도 하나님은 당신의 언약을 반드시 지켜내셨다. 때로는 악한 사람들의 악한 결정들로 가득한 일상의 평범한 사건들을 통하여서도 하나님은 자신의 언약을 성취하셨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도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섭리를 신뢰할 수 있다. 우리는 그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서 그분이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우리가 그분을 보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은 항상 계시고, 항상 일하고 계시며, 항상 그분의 언약을 성취하고 계신다.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복음이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섭리 속에서 우리의 선, 곧 우리 영혼의 구원을 이루고 계시는 분이다(롬 8:28). “예수를 너희가 보지 못하였으나 사랑하는도다. 이제도 보지 못하나 믿고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즐거움으로 기뻐하니 믿음의 결국 곧 영혼의 구원을 받음이라”(벧전 1:8-9).


에스더서가 보여 주는 것처럼 우리 삶 속에서 하나님의 침묵은 무시하기에는 너무 크게 들리고, 그분의 임재는 놓치기에는 너무 선명하게 보인다. 그분이 모든 것을 다스리고 계심을 알기에 우리는 그분을 더욱 신뢰할 수 있다.  



원제: Invisible Providence 

출처: www.ligonier.org

번역: 박광영


에스더서가 보여 주는 것처럼 우리 삶 속에서 하나님의 침묵은 무시하기에는 너무 크게 들리고, 그분의 임재는 놓치기에는 너무 선명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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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Aaron L. Garriott

아론 게리엇은 Tabletalk Magazine의 프로덕션 메니저이다. 그는 플로리다주 올란도에 위치한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에서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