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교회 세우기

‘여기서’ 예수 냄새 내는 교회
by 정갑신2021-11-20

예수향남교회. 많은 이들이 이 이름이 참 좋다고 한다. 어감과 의미가 좋고 느낌도 따뜻하다고 한다

Share this story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교회 이름 짓기의 설렘 


교회를 개척하면서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설레고 두드러진 일이 이름 정하기다. 잉태의 희열 가운데 태아를 마음에 담고 태명을 정하여 불러 주려는 부모의 설렘과 같다.

 

나는 화성시의 타 지역에 있는 외가에 어릴 때부터 드나든 기억이 있어 발안이라는 이름을 오래 전부터 기억하고 있었다. 개척지에 도착한 후에야 발안이 향남에 속한 동네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매우 편안하고 반가웠다. 그런데 발안의 영문 표기는 ‘Baran’(바란)이었다. 히브리어로 ‘광야’이다. 그에 따라, 발안 혹은 바란과 조화를 이룰 만한 이름이 무엇일까를 연신 고민한 끝에 ‘바란하늘’이라는 이름을 억지로 만들었다. 바란하늘교회, 파란하늘교회라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광야의 하늘, 곧 광야에서도 하늘을 본다는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이름이었다. 김진홍 목사의 ‘바닥에서 살아도 하늘을 본다’(한알의밀알)라는 책 제목이 떠오른 탓이었을까? 제법 의미가 담긴 이름으로 여겨졌다.

 

최종으로 이름을 결정할 자리는 은혜의동산교회에서 파송받게 될 개척 멤버들과 함께 모인 자리였다. 창신교회에서 개척 멤버로 참여할 분들과 함께 식탁교제를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교회 이름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하였다. 모인 성도들 대다수는 생경한 이름이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별다른 이견도 없었다. 일단은 처음 듣는 이름이라 어색해 하는 거라고만 생각하였다. 그런데 모임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미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은혜의동산교회 성도 한 분이 말을 흘렸다. 


“목사님, 여기가 향남읍 발안리예요. 이왕이면 ‘리’보다는 ‘읍’ 이름이 들어가면 좀 더 비전이 있어 보이지 않을까요?” 


그의 말이 마음에서 맴돌았다. 얇은 귀 탓인지 갑자기 ‘향남’이라는 이름이 마음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개척 멤버들에게 이름을 공모하는 과정을 밟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개척 날짜를 단 몇 주 앞둔 터라 처음 모인 어색한 이들 사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 부담스러웠다. 더구나 후보 이름을 제출했다가 채택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개척도 하기 전에 거절감부터 느낄 가능성이 있었다. 자신이 제출한 이름을 거절당한 끝에, 정해진 교회 이름을 달가워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고민 끝에, 예수님이 머리 되시는 교회를 꿈꾸는 마당에 과감하게 예수님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수님의 향기가 난다’는 이중의 의미를 담아 ‘예수향남교회’로 정한 것이다. 다음 모임에서, 고민했다는 엄살과 함께 조심스럽게 이름을 제출했을 때 참석자들의 반응은 모두 호의적이었다. 


예수향남교회. 많은 이들이 이 이름이 참 좋다고 한다. 어감과 의미가 좋고 느낌도 따뜻하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 이름마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 같아 기쁘다. 더구나 예수향남교회는 태생부터 분립 개척과 유사한 본질을 지녔으므로, 향후 분립 개척을 할 때마다 예수 이름에 동네 이름을 붙이면 자연스러운 연대감이 느껴질 것 같다는 기대도 생겼다. 


실제로 2016년 1월 첫 주에 첫 번째 분립 개척한 교회는 ‘예수평화교회’다. 예수의 이름으로 평택과 화성을 아우르는 교회라는 뜻이다. 언젠가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내가 분립 개척하게 된다면 화성과 평택 중간쯤에 두 도시를 아우르는 예수화평교회를 세우리라 생각하며 마음에 담은 이름이었는데, 개척하는 목사가 그 이름을 요구했던 거다. 그리고 2017년 수원 호매실 지역에 세워진 두 번째 분립 개척 교회 이름 역시 ‘예수호매실교회’다. 교회가 시작되고 교회와 복음의 본질에 천착케 하시는 성령의 강렬한 이끄심을 느낄 때마다 나는 이 이름이 참 좋다. 예수님이 머리이신, 예수님이 주인이신, 예수님이 대답이신, 예수님이 전부이신 예수향남교회, 고마운 이름이다. 


나라의 교회 될 생각 말고 지역의 가족이 되라


개척 교회의 사명을 위해 기도하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내면에 이런 감동을 주셨다.

 

“한국 교회를 생각하지 말라. 조국 교회 운운하지 말라. 다만, 너와 더불어 시작하는 교회가 심긴 그곳을 위해 기도하고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있으라.”


하나님은 교회로 하여금 교회가 속한 지역에서 지역의 주민들과 더불어 진실된 사귐의 공동체가 되게 하신다. 사귐은 안으로의 사귐뿐 아니라 밖으로의 사귐이어야 한다. 지역의 결핍과 필요에 영적으로뿐 아니라 실제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사귐과 책임의 공동체여야 한다. 


교회는 대한민국의 모든 영혼을 향하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마을 혹은 그 동네 혹은 그 작은 도시의 교회여야 하고, 그 지역 사람들이 그 교회와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여야 하고, 교회와 지역이 서로에게 기꺼이 즐거움으로 상호 접촉하고 상호 참여할 수 있는 지역의 가족이어야 한다. 교회는 그곳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에 참여해야 한다. 이미 그곳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일을 하고 계신 하나님이 어디서 무엇을 행하고 계신지를 묻고, 하나님의 대답을 따라 그 사역을 향한 하나님의 초대에 기꺼이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하나님께 귀 기울여야 하고 귀 기울임에 답하시는 하나님의 대답에 다시 대답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만물을 충만케 하신다는 것을 어떤 의미로 이해해야 하겠는가? 일차적으로 하나님께서 만물 각각에게 주신 존재 의미와 목적이, 다시 말하면 남자에게, 여자에게, 가정에게, 자녀에게, 서로의 관계에게, 학교에게, 문화적 표현들에게, 사회구조적 질서에게 주신 모든 존재 의미와 목적이 하나님이 목적하신 뜻에 합당하도록 회복되고 충만해지도록 일하시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 일들은 교회 안팎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들이다. 


따라서 교회가 진실로 하나님의 뜻을 따른다면, 그 형태와 규모의 차이는 있겠으나, 모든 교회는 예배, 선교, 가정, 교육, 복지, 문화, 사회 이슈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 영역에서 명백한 복음적 대안을 향한 하나님의 이끄심에 대답하도록 자신을 내어드릴 준비를 해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사역을 위한 충만, 곧 완성을 향해 드려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여기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정갑신 목사의 '대답하는 공동체'(아르카, 2018)의 일부 내용을 출판사의 허락을 받아 다시 엮은 것입니다.

 

교회는 대한민국의 모든 영혼을 향하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마을 혹은 그 동네 혹은 그 작은 도시의 교회여야 하고, 그 지역 사람들이 그 교회와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여야 하고, 교회와 지역이 서로에게 기꺼이 즐거움으로 상호 접촉하고 상호 참여할 수 있는 지역의 가족이어야 한다

Share this story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

작가 정갑신

정갑신 목사는 예수향남교회의 담임목사로 총신대 신학과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원,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2009년 8월 예수향남교회를 개척한 후 예수향남기독학교 이사장직을 겸하고 있으며, (사)복음과도시 이사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대답하는 공동체’, ‘사람을 사람으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