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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우리 몸과 정신의 잊혀진 언어
by 최창국2021-10-29

하나님의 생각들은 자연의 현상 속에, 인간의 의식 속에, 그리고 경험 및 역사의 사실에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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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선물로서 정신세계 


몇 년 전 영적지도와 꿈에 대해 강의를 할 때, 한 목회자로부터 교회가 꿈에 대한 바른 이해를 하지 못하여 큰 어려움이 있었다는 고백을 듣게 되었다. 이 목회자는 한 권사가 어느 날 꿈속에서 교회 안에서 한 여자 집사와 한 남자 집사가 사귀는 꿈을 꾸었다고 하면서, 이 여 집사가 성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함으로 교회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권사는 하나님께서 꿈을 통해 이 문제를 자기에게 보여주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꿈에 대한 이러한 왜곡된 해석은 꿈이 상징의 언어라는 점을 간과하는 데서 비롯된 잘못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에게는 남성 호르몬이 더 많이 나오고 여성에게는 여성호르몬이 많이 나오듯이, 인간의 정신 현상인 꿈도 보편적으로 여성은 꿈속에서 주로 여자가 많이 등장하고 남성은 꿈속에서 주로 남자가 많이 등장하게 된다. 남자에게 남성 호르몬보다 여성 호르몬이 더 많이 나오면 문제가 발생하듯이, 인간의 꿈에서도 반대 성이 나타나는 것은 성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고 것이 일반적 해석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권사의 꿈속에 등장한 여 집사는 이 여 집사의 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 권사 자신의 성적인 문제가 꿈을 통해 상징적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보는 해석이 더 타당하다. 물론 주관적인 꿈과 객관적인 꿈을 분별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즉, 주관적인 꿈 해석은 꿈속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사물은 자기 자신의 어떤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객관적인 꿈 해석은 꿈속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사물이 실제로 그 사람이나 사물을 말해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대부분 꿈은 주관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스도인들 중에 꿈을 하나님의 계시로 이해하거나 영적으로 충만한 사람에게 하나님은 꿈을 통해 말씀해 주신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정신 세계에 대한 무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회 역사에서 인간의 정신 질환을 영적인 문제나 마귀의 역사로 이해하고 행한 큰 죄악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신학자 루이스 벌코프는 인간 정신 세계의 탐구가 일반계시의 중요한 한 영역임을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일반 계시는 언어(verva)의 형태로 인간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사물(res)로 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의 구성과 자연의 전체 구조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적인 다스림의 과정으로 인간에게 오는 인간의 지각과 의식을 향한 적극적인 나타남이다. 하나님의 생각들은 자연의 현상 속에, 인간의 의식 속에, 그리고 경험 및 역사의 사실에 나타나 있다”(L. Berkhof, 『조직신학』, 139). 인간의 정신 혹은 마음의 탐구는 지극히 기독교적인 행위이다. 이는 마치 농부가 계절의 질서를 파악하는 것과 같다. 농부가 계절의 질서를 알아야 농사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특히 영혼 돌봄 사역자는 인간의 정신 세계의 질서를 알아야 한다. 물론 우리가 인간의 정신 세계의 질서와 문제를 완전히 파악하였다 할지라도 인간의 내면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인간의 정신 구조와 꿈


과학자들은 뇌와 무의식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인간의 무의식적 특징을 발견하였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정신 활동의 대부분은 무의식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인간은 인지 기능의 5퍼센트만을 의식이 감당하고, 나머지 95퍼센트는 무의식이 감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Leonard Mlodinow, 『새로운 무의식: 정신분석에서 뇌과학으로』, 51).


무의식의 언어는 주로 꿈을 통해 발현된다. 무의식의 주요 매개체인 꿈은 의식이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형태로 왜곡되었던 것을 교정하는 기능을 한다. 꿈은 또한 인간의 정신에서 의식하지 못하거나 발달시키지 못하거나 열등한 것들을 의식화하고 정신의 균형성을 위한 보상적 기능을 한다.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하여 밝혀낸 것은 모든 인간은 꿈을 꾼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하루에 잠 속에서 보통 작게는 15분에서 길게는 90분가량 꿈을 꾼다. 우리가 꿈을 꾸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꿈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꿈은 우리의 의식이 쉬고 있을 때 무의식 속에서 발생한다. 인간은 꿈을 피할 수 없는 존재다. 


꿈은 의식에서 거부된 정서들과 욕구들을 무의식의 언어를 통해 발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꿈은 그보다 훨씬 더 광활한 역할을 하는 세계이다. 꿈은 인간의 마음의 문제, 정서 불안, 인간관계 갈등, 경제문제 등 헤아릴 수 없는 원인들을 상징적으로 발산한다. 꿈은 우리 안에 좌절 된 욕구가 무엇인지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안녕을 목표로 한다. 나아가 무의식의 중요한 장인 꿈은 정신의 균형을 통한 인격 발달을 목표로 한다. 


창조적 선물로써 꿈


꿈은 우리의 몸과 유기체적으로 관계되어 자기 언어를 발산한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사람이 과식을 하게 되면 간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되고, 그 결과 뇌에 자극적인 액체(humors)를 보냄으로 나쁜 꿈을 꾸게 된다고 생각하였다(Morton Kelsey, Dreams: A Way to Listen to God, 60). 그는 현대 과학에서 밝힌 꿈과 몸의 관계를 일찍 이해했던 것이다. 꿈과 몸의 관계에 대한 한 임상적 연구에서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음식과 나쁜 꿈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연구 결과 매운 음식을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였다. 매운 음식은 몸의 온도가 올라가게 하여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잠자기 바로 전에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는 몸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나쁜 꿈을 꾸는 경우가 많았다. 질이 좋지 않은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한 경우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많은 꿈을 꾸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많은 알코올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잠은 쉽게 들지만 오랫동안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하여 나쁜 꿈을 꾸는 경우도 많았다. 항 우울제와 같은 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꿈을 자주 꾸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늦은 밤에 과식을 하고 자게 되면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꿈을 더 많이 꾸게 되고 꿈을 기억하게 된다. 우리가 육체적으로 피곤하면 잠을 깊게 자지만 몸의 건강이 좋지 않을 때는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꿈을 더 많이 꾸게 된다. 이러한 예는 우리의 몸의 상태와 꿈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우리의 무의식은 꿈을 통해 우리의 몸의 상태를 알려주기도 한다. 무의식의 언어인 꿈은 우리의 정신 세계의 전체성을 위한 메시지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과학자들의 꿈과 음식과의 관계 연구에서 자기 전에 몸에 자극성이 심한 음식을 섭취하였을 때 나쁜 꿈을 발현시킨다는 것은 음식 자체가 꿈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질이 좋지 않은 음식이 몸에 나쁜 영향을 주면 몸의 상태가 나쁜 꿈을 발현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몸은 질병과 꿈을 통해 자기 권리와 언어를 발산하기도 한다. 한 중년 여성은 나쁜 꿈을 통해 암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여성은 어느 순간부터 매일 밤에 악몽이 지속되자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 보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악몽이 몇 달 동안 지속되자 병원에 다시 가서 점진을 한 결과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암 수술을 받은 후에는 악몽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 여성의 악몽은 자기 몸의 치유의 필요성이 꿈의 언어로 발산된 것이다. 이처럼 몸도 정신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언어를 발산하는 기능이 있다.       


인간의 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신비롭고 예술적이다. 몸은 가르치지 않아도 잠을 자며, 목마름과 배고픔을 구별하고, 울고 웃고, 땀을 배출하고, 체온을 조절하며, 음식을 소화시키며, 노폐물을 배설하고, 상처를 스스로 치유한다. 인간의 정신은 어떤 것도 몸과 소통하지 않으면 최상의 상태나 건강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현대인들은 몸의 외형적인 현상에만 열중한 나머지 몸에 내재하는 예술성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몸의 정신성에는 관심을 두지 않음으로 몸의 바른 가치를 일구어 내지 못하고 있다. 몸의 정신성은 꿈과 질병을 통해 자주 드러난다. 몸은 생물학적인 기능을 넘어서 생명력이 넘치는 정신 또는 영혼의 마당이요 자원이다. 때문에 몸은 단순히 영혼의 시녀나 정신의 종이 아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몸이 겪는 질병은 단순히 신체적 현상으로만 이해하기보다는 몸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Thomas Moore, Care of the Soul, 164). 우리가 몸의 정신성을 인정하게 될 때 우리는 몸의 아름다움과 몸이 말하는 소리를 더 깊이 있게 인식할 수 있다. 몸은 정신 또는 영혼의 수많은 신호의 근원이 된다. 우리가 몸이 지닌 생명력을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정신 또는 영혼의 흐름이 활성화될 때 몸은 그것을 다시 느끼게 될 것이다. 꿈은 인간의 무의식의 언어를 상징적으로 발현하는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몸의 정신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통로라는 인식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인식은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꿈 해석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선물인 몸은 꿈을 통해서도 자기 언어를 발산할 뿐만 아니라 몸의 권리를 표출하기 때문이다. 


꿈은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주는 중요한 무의식의 언어다. 하지만 12세기 전후 이성주의가 팽배해 지면서 무의식의 언어인 꿈은 잊혀 진 언어가 되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꿈을 의미 없는 현상으로 여기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하나님의 창조적 선물인 꿈의 언어를 왜곡되게 해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꿈에 대한 해석적 능력을 상실하여 꿈을 직해하므로 많은 왜곡된 결과를 낳고 있다. 꿈은 하나님의 창조적 선물로써 우리의 정신과 몸의 상태를 말해주는 중요한 상징의 언어이다. 

꿈은 하나님의 창조적 선물로써 우리의 정신과 몸의 상태를 말해주는 중요한 상징의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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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창국

최창국 교수는 영국 University of Birmingham에서 학위(MA, PhD)를 받았다. 개신대학원대학교 실천신학 교수, 제자들교회 담임목사로 섬겼다. 현재는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실천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삶의 기술』, 『실천적 목회학』, 『영혼 돌봄을 위한 멘토링』, 『해결중심 크리스천 카운슬링』, 『영성과 상담』, 『기독교 영성신학』, 『기독교 영성』, 『중보기도 특강』, 『영성과 설교』, 『예배와 영성』, 『해석과 분별』, 『설교와 상담』, 『영적으로 건강한 그리스도인』, 『영혼 돌봄을 위한 영성과 목회』 등이 있다. 역서는 『기독교교육학 사전』(공역), 『공동체 돌봄과 상담』(공역), 『기독교 영성 연구』(공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