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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그리스도 중심적 적용을 설교하라(2)
by 고상섭2021-09-17

예수님이 특정 본문의 주제를 어떻게 성취하셨는지를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적용하는 것은 또다시 어려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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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중심적 적용을 설교하라의 첫 번째 아티클은 2020년 6월 16일자에 올라와 있다.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설교의 적용이다. 또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적용이 없는 설교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에드먼드 클라우니(Edmund P. Clowney) 교수로부터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배운 팀 켈러도 목회를 하면서 다양한 적용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다. 에드먼드 클라우니 교수를 추모하면서 그 제자들이 만든 <모든 성경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하라>는 책에서 팀 켈러는 적용에 대한 고민을 언급했다. 


“클라우니 박사님이 가르치신 대부분의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실천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 9년 동안 구약 성경을 설교하면서 저는 본문에 충실한 동시에 현실과 관련된 방식으로 본문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설교하기’라는 어려운 문제와 씨름했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이 특정 본문의 주제를 어떻게 성취하셨는지를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적용하는 것은 또다시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해석학적 측면에서는 건전하고 고무적으로 하지만 그 본문이 성도들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에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도록 구상된 것인지를 알지 못하는 상태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고, 그런 문제들에 답하는 저만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팀 켈러도 본문에서 예수님을 선명하게 드러내었지만 그것을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자신만의 방법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팀 켈러가 찾은 자신만의 방법은 무엇일까? 자세히 살펴보면 에드먼드 클라우니와 브라이언 채플(Bryan Chapell)이 말하는 구속사적 설교에서 적용부분이 강화된 것을 알 수 있다. 


팀 켈러가 말하는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의 적용의 원리는 “The Gospel changes everything!”(복음이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이라는 구호로 요약될 수 있다. 


1. The Gospel : 은혜와 순종의 순서를 기억하라


팀 켈러가 말하는 복음신학에서 중요한 부분은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혜택을 분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말은 싱클레어 퍼거슨(Sinclair B. Ferguson)이 <온전한 그리스도>에서 매로우 논쟁(Marrow Controversy) 당시에 율법주의와 복음을 구분한 표현으로, 칭의와 성화를 분리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이 원리를 설교에 적용해보면, 구체적인 행위의 변화를 적용하기 전에 반드시 칭의 즉 구원의 은혜를 먼저 언급하라는 말이다. 


성경에 나오는 모든 명령법을 살펴보면 인간이 명령에 순종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인간을 위해 먼저 행하신 구원의 역사가 기술되어 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어떤 행동을 요구하실 때는 단순히 복종하라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이 행하신 일에 근거해서 그 은혜가 자발적인 순종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출 20:3)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을 때 하나님은 ‘나 외에 다른 신을 네게 두지 말라’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명령하신다. 이 말씀은 단순히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의무적인 율법이 아니다. 만약 지키지 않는 형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순종한다면 자발적인 순종이라할 수 없다. 출애굽기 20장 1-2절을 보면 하나님이 이러한 명령을 하시기 전에 먼저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은혜를 말씀하시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이 이 모든 말씀으로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출 20:1-2) 


하나님은 자신을 애굽 땅 종 되었던 곳에서 구원한 여호와라고 소개한다.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명령에 앞서 하나님이 행하신 구원의 역사를 설명하신다. 이스라엘은 어떻게 구원받았는가? 어린양의 희생을 통해 문설주에 피를 바르고 구원받았다. 바로 유월절 어린양 되신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 구원얻은 것이다. 그 은혜로 구원받은 백성들에게 하나님은 “나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 명령하신다. 


구체적인 명령이 있기 전에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행하신 구원을 선포한다. 이것은 설교의 구체적인 적용을 하기 전에 먼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에서 적용은 단순한 인간의 의지를 자극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부어주신 은혜의 반응으로서의 순종인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적용을 하기 전에 먼저 The Gospel 즉 복음을 선포하는 그리스도의 행하심을 설교할 필요가 있다. 


2. Changes everything : 은혜의 동기로 순종을 강조하라


그러나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높이고,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으로 적용이 끝난 것이 아니다. 단지 복음의 은혜를 드러냈을 뿐이다. 이제 그 은혜를 삶으로 적용하여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에서 적용이란 다른 일반 설교의 적용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은혜와 순종의 순서를 지키는 것이다. 


은혜가 동기가 되어 삶의 모든 영역(everything)에 적용될 수 있도록 복음이 어떻게 삶에서 역사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팀 켈러는 다양한 삶의 주제들을 복음과 연결해서 설교한다. 


마가복음 14장 46-49절에는 베드로가 예수님을 잡으러 온 사람들 중에서 제사장의 귀를 칼로 자르는 장면이 나온다. 팀 켈러는 이 본문에서 베드로는 주를 따르겠다고 큰 소리 치는 사람이지만 정작 위기가 오면 세상의 방식 즉 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우리도 베드로와 같지 않은가? 말로는 정의와 평화와 공평의 편이라고 외치면서 막상 시험이 닥치면 검 자루에 손이 간다. 우리를 검을 위시해서, 돈, 권력, 성공, 명예로 이어지는 이 세상 나라를 추구하고 있다.”(왕의 십자가, 279쪽)


그리고 그리스도는 세상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 즉 자신의 성공을 추구하는 삶이 아닌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시는 분이라 말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를 경험하면 우리도 늘 세상의 방식으로 칼을 잡는 삶에서 변화될 수 있다고 적용한다. 


“스스로 구원하려는 사람들, 자손심을 세우려는 사람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 돈과 권력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두 가지 극단 중의 하나다. 너무 사랑하던가 너무 미워하던가, 첫째 돈을 미워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돈과 권력을 멀리하면 스스로 고결한 사람이 된 것만 같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스스로를 구원하려는 행위이다. 그런가 하면 돈과 지위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도 역시 스스로를 구원하려는 태도다. 오직 은혜로 구원받은 죄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돈과 권력이 있든 없든 연연하지 않는다. 돈과 권력이 생기면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서 좋다. 돈이나 권력이 사라져도 하나님이 또 다른 방법으로 역사하실 테니 아무런 걱정이 없다. 이런 사람은 일을 하지만 일에 지배를 받지 않는다.”(왕의 십자가, 284쪽)


팀 켈러 설교에서의 적용은 구체적인 행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그 행위의 동기가 되는 마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마음의 변화는 어떤 구체적인 행동의 결과가 나오는지를 설명한다. 일에 지배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일에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은혜를 먼저 누려야 한다는 말이다. 


<일과 영성>이란 책에서도 타락한 세상 속에 있지만 하나님의 나라가 시작되었고, 이 땅에서의 일은 하나님 나라의 회복에 동참하는 과정임을 이야기 하면서 구원을 통해 은혜를 받은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일은 이웃을 사랑하는 수단이 된다고 일의 동기를 복음으로 바꾸어준다며 다음과 같이 적용한다. 


“일을 통해 이웃을 사랑하는 주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능숙한 사역이다. 하나님이 일을 주신 목적이 인간 공동체를 섬기게 하는 데 있다면, 그 뜻을 받드는 으뜸가는 길은 주어진 과업을 끝낼 뿐만 아니라 제대로 해내는 것이다.”(일과 영성, 94쪽)


그리고 도리시 세어어즈(Dorothy Leigh Sayers)의 문장을 인용한다. 


“교회가 목수에게 신앙을 좇아 살려면 무엇보다 훌륭한 테이블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구원의 은혜가 일상의 직장 생활에서 탁월함을 추구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단순히 이웃 사랑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구원의 은혜에 있다는 것이다. 


은혜가 순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애국심을 심어주지 않고서 전쟁에 군대를 내보내는 것과 비슷해진다. 단순한 순종과 구체적인 적용을 강조하면 율법주의로 치우칠 위험성이 있다. 복음은 은혜의 반응으로 순종하는 것이다. 


팀 켈러의 <센터처치>에서 복음 신학을 보면 ‘The gospel changes everything’(복음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라는 소제목이 나온다. 여기서 팀 켈러는 복음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초급과정이 아니라 시작부터 완성까지 관통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복음을 통해 다양한 주제들을 연결해서 설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낙망과 우울, 사랑과 인간관계, 성(性), 가정, 자기 관리, 인종과 문화, 전도, 인간의 권위, 죄책감과 자아상, 기쁨과 유머, 다른 계층에 대한 태도 등을 소개하고 있다.


팀 켈러의 설교에서 적용은 칭의를 통한 구원의 은혜가 구체적인 삶의 순종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칭의와 성화를 분리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팀 켈러 설교에서 적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말은 칭의와 성화의 관계에 대한 이해부족이라 할 수 있다. 


팀 켈러는 그리스도의 아름다우심을 드러냄으로 마음을 변화시키고 그 은혜의 동기가 순종으로 이어지는 인격적 순종의 과정을 추구한다. 이런 복음 중심적 적용만이 은혜를 강조하지 않는 순종이라는 율법주의와 은혜만을 강조하는 반율법주의의 오류에서부터 벗어나 제 3의 길을 제시할 수 있다. 


“The Gospel changes everything!” 복음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는 구호 그대로 복음을 선포하고 그 복음으로 인해 모든 영역이 변화되는 것이 팀 켈러가 말하는 그리스도 중심적 적용의 원리이다. 

팀 켈러 설교에서의 적용은 구체적인 행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그 행위의 동기가 되는 마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마음의 변화는 어떤 구체적인 행동의 결과가 나오는지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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