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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신학

팀 켈러 설교에서 변증의 위치
by 고상섭2021-01-21

팀 켈러는, 성경을 떠난 사고는 필연적으로 모순이 발생될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 성경의 진리가 아닌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문화 속에 있는 내러티브는 모순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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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설교의 특징을 두 가지로 이야기하자면, 마음을 향한 설교와 문화를 향한 설교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향한 설교는 인간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정감(Affection)을 변화시키기 위해 그리스도 중심적인 설교를 하는 것이고, 문화를 향한 설교는 이미 사람들에게 심겨져서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생각을 형성하는 문화 내러티브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문화를 향한 설교를 통해 복음과 반대되는 사람들의 마음의 우상을 제거하고, 마음을 향한 설교를 통해 그 빈자리에 그리스도를 심어주는 것이다.


이 과정을 팀 켈러는 ‘설교’(두란노, 2016)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음을 향한 설교와 문화를 향한 설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문화 내러티브가 각 개인의 정체성과 양심, 실재를 이해하는 것에 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설교에서의 문화참여 (cultural engagement)는 ‘타당하게’ 보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청중의 삶의 근본을 발가벗기기 위함이어야 한다.”(‘설교’ 36쪽)


팀 켈러는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기 위해 그리스도를 선포하기 전에 그리스도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그 속사람의 마음의 우상들을 제거하는 작업으로 문화를 향해 설교하는데 그 과정이 바로 변증이라 할 수 있다. 변증을 통해 이전에 가지고 있던 문화 내러티브의 모순을 드러내 주고 그 혼란스러운 상황의 뿌리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심어서 결국 사랑의 순서를 바로 세워주는 것이다.


변증의 원리


팀 켈러는 왜 단순히 복음을 선포하지 않고 그 전에 사람들의 생각 속에 있는 문화 내러티브의 모순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코넬리우스 반 틸(Cornelius Van Til)로부터 시작된 ‘전제주의 변증’의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 틸은 하나님이 자연과 성경이라는 두 가지 계시를 인간에게 주셨는데 인간의 타락으로 인해 자연을 통해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계시를 올바로 분별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성경을 바로 믿지 않는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과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데 필연적으로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 모순을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의 생각을 흔든 후에 복음을 제시한다. 하나님은 창조주시며, 스스로 충족하시며, 독립적인 분이시다.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자존의 하나님이시다. 그러나 인간은 피조물이며 하나님을 통해서만 자신을 알 수 있는 의존적 존재다. 칼빈이 기독교 강요에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인간을 아는 지식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하나님을 창조주로 모시지 않는 모든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기원에 대해 알지 못하는 무지 가운데 산다는 것이다.


그렇게 존재 양식부터 하나님과 떨어져서 살 수 없는 인간은 스스로 인식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성경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잠 1:7)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인간은 스스로 태어날 때 진리를 알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진리의 말씀을 통해서 선과 악을 분별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인식을 ‘수납적 재구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믿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성을 따라 판단하고 독립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진취적으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사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꼴이다.


변증의 방법


팀 켈러는, 성경을 떠난 사고는 필연적으로 모순이 발생될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 성경의 진리가 아닌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문화 속에 있는 내러티브는 모순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비신자는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지 못하는 잘못된 문화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고, 신자들 또한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지 못하는 우상을 품고 살고 있기 때문에, 문화 내러티브의 모순을 드러내 주는 것은 신자와 비신자 모두를 겨냥하는 설교가 된다. 각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순을 드러낼 때도 팀 켈러는 성경의 가르침을 가지고 대립시키지 않고 일반 서적들의 권위있는 전문가들의 말을 통해 잘못된 생각의 모순을 드러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오늘날의 학문은 파편화 되어 있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지 않는 말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떤 주제든지 하나님의 말씀과 배치가 되는 주제라면 종합적이고 균형적이진 않지만 반대쪽 목소리가 존재하고, 그것을 도구로 사람들의 생각을 허물어뜨린다. 이 과정을 팀 켈러는 ‘설교’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이런 (변증적 시도는) 단순히 지적 활동이나 약삭빠른 수사학적 전략이 아니다. 다름 아닌 사랑과 돌봄의 행위다. 우리는 사회 문화적인 존재로서, 우리의 내면 동기들은 우리가 속한 인간 공동체에 의해 깊숙하게 형성된다. 성경 본문을 풀이하는 과정에서 기독교 설교자는 성경 메시지와 그 문화의 근본 신념들(그 안에 속한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신념들)을 비교하고 대조함으로써, 그들이 자신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오, 그래서 내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느낀 거였구나’ 깨닫게 된다. 한 사람이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에 이르는 여정에서 이 순간이 가장 해방적이고 촉매적인 단계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설교’ 35쪽)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설교하기 전단계에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게 하는 복음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변증의 역할이다. 문화에 다가가는 설교는 결국 마음에 다가가는 설교를 위한 전단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복음 설교자들은, 문화 이야기가 복음과 충돌하는 지점에서 도전하고, 궁극적으로 문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다시 들려줌으로써 선(good)을 향한 그들의 가장 깊은 열망이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만 채워질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바울은 그 당시 문화적 열망을 매개로 사람들을 초대하고 사로잡음으로써, 마침내 그들이 진정한 지혜와 의로움 또한 참된 능력과 아름다움이신 그리스도께 오도록 초청했다.”(‘설교’ 35쪽)


변증의 예


팀 켈러의 ‘죽음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짧은 설교를 살펴보면 다섯 가지 대지 중에 네 가지가 문화 내러티브를 분석하며 사람들의 생각 속에 있는 모순을 드러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팀 켈러는 “왜 오늘날의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죽음이 준비되지 못한 삶을 살아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네 개의 문화 내러티브를 제시하며 각각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첫째는 현대 의학이 발달되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되고, 장례식을 할 때도 장례식장에서 거행되기 때문에 죽음을 직면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둘째, 현세에만 집중하는 세속 문화 때문이다.  셋째,  죽음의 문제를 부정하다가 무의미함에 깊게 빠졌기 때문이다.  넷째, 죽음을 힘들어 하는 이유는 현대 문화에서 죄책이나 용서라는 범주가 없어졌기 때문이라 정의한다. 예수님이 죽음을 이기신 챔피언이 되었다는 마지막 대지에 앞서 네 가지 대지가 모두 문화 내러티브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에 할애되어 있다.


흔히 팀 켈러의 설교는 주해가 적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주해가 적다기보다는 주해의 노출이 적다고 해야 할 것이다. 팀 켈러를 굳이 변호하자면 팀 켈러는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관심을 두지 성경의 이야기를 많이 할애하는 데 관심을 두는 것 같지 않다.  짧지만 복음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려면 먼저 복음을 방해하고 있는 생각의 모순을 드러내 주어야 한다.


문화 내러티브의 모순을 드러내는 팀 켈러의 변증 과정에서 인용된 일반 서적들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서론에서 셰익스피어의 글을 인용하면서 죽음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를 설명하고 오늘날 왜 죽음에 대해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를 질문한다.  그리고 애니 딜라드의 소설 ‘The Living’, 죽음에 대해 무시하는 듯한 내용의 웹사이트 내용,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통해 죽음을 왜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인류학자 리차드 슈웨더를 인용하면서 “고난은 일종의 소음”이라는 문화 내러티브를 드러낸다. 영국 목회자인 마크 애쉬튼의 예를 통해 이전에는 죽음을 깊이 생각했음을 알려주고 어네스트 베커의 ‘죽음의 부정’과  알베르 카뮈,  뤽 페리, 프로이트, 그리고 실존주의자들의 글을 인용하면서 죽음을 부정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순들을 하나씩 허물어뜨린다. 


예수님이 죽음을 이기신 챔피언이 되셨다는 그리스도 중심성을 드러내기 전까지 최소 여덟 권의 책과 권위있는 사람들의 말을 통해 죽음에 대해 부정하고 있는 오늘날의 문화 내러티브를 드러내고 그 문화 속에서 우리도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결국 그것은 우리 인생에 엄청난 피해를 주게 된다는 이야기를 통해 그렇게 중요한 문제를 왜 이렇게 가볍게 취급했을까라는 자신의 생각 속에 있던 모순을 발견하게 해준다.


그렇게 문화 내러티브의 모순을 충분히 드러낸 뒤에 무주공산인 생각 속에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제시한다. “죽음을 통해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너의 안전이 아니라면 너는 전혀 안전하지 못하다. 오직 나만이 너에게 멀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영원한 품에 안으리라. 다른 모든 품은 너를 버리겠으나 나는 결코 너를 버리지 않는다.”(‘죽음에 관하여’ 37쪽)


“자녀들은 혈과 육에 속하였으매 그도 또한 같은 모양으로 혈과 육을 함께 지니심은 죽음을 통하여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 곧 마귀를 멸하시며” (히 2:14)


팀 켈러의 설교의 특징은 문화에 다가가기와 마음에 다가가기다. 문화에 다가간다는 것은 문화 속에 있는 내러티브의 모순을 드러내는 과정이며, 그 후에 그리스도 중심적인 선포를 통해 복음을 마음 깊은 곳에 심어 준다. 결국 팀 켈러의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와 변증은 함께 연결되어 있다. 변증의 과정에서 문화 내러티브의 모순을 드러내지 않는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는 그리스도를 증거하지만 삶의 열매를 맺지 못할 수 있고, 문화 내러티브만 드러내고 그리스도를 증거하지 않으면 귀신이 떠난 마음에 주인이 없어 일곱 귀신이 들어와서 사태가 더 악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팀 켈러의 변증은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더욱 빛나게 만들기 위해 피할 수 없는 필수적인 하나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일반 서적들을 읽고 문화 내러티브를 분석하고 도전하는 일도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하기 위한 준비가 된다.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는 본문 안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 뿐 아니라, 삶의 정황에서 그리스도 중심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분석하는 것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변증은 설교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설교자들은 다시 한번 팀 켈러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복음 설교자들은, 문화 이야기가 복음과 충돌하는 지점에서 도전하고, 궁극적으로 문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다시 들려줌으로써 선(good)을 향한 그들의 가장 깊은 열망이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만 채워질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팀 켈러의 설교의 특징은 문화에 다가가기와 마음에 다가가기다. 문화에 다가간다는 것은 문화 속에 있는 내러티브의 모순을 드러내는 과정이며, 그 후에 그리스도 중심적인 선포를 통해 복음을 마음 깊은 곳에 심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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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고상섭

고상섭 목사는 영남신학대학교와 합동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그 사랑교회'를 개척해 섬기고 있다. ‘팀 켈러 연구가’로 알려져 있으며 CTC코리아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최근 공저한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 를 출간했다.